[특별기고] “법률서비스, 계급장 떼고 진검승부 펼칠 장 마련했다”

광고홍보를 전공한 연구자로서 법률 서비스에 관한 광고를 유심히 관찰하는 편이다. 법은 최후의 보루인 만큼 일종의 사회적 하수종말 처리장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법원 근처 지하철 역사 안에는 변호사 광고들이 행인들의 눈길을 끌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이혼 전문 변호사’ ‘회생 파산 전문 변호사’ 등의 광고들이 서울 교대역 지하철 역사 안을 채우고 있다. 광고의 존재론적인 측면에서 이들 광고는 치명적인 한계를 지니고 있다. 광고란 게 뭔가? 광고는 소비자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설득해서 구매로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이 같은 기준에서 본다면 교대역에 나부끼는 광고들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이는 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정에 따른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의 ‘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정’ 제4조(광고내용 등의 제한) 3항은 이런 내용을 담고 있다. “승소율, 석방률 기타 고객으로 하여금 업무수행 결과에 대하여 부당한 기대를 가지도록 하는 내용의 광고.”
법률 서비스를 일반 상품으로 본다면 이는 소비자의 눈을 가리고 구매를 하라는 것과 매한가지다. 변호사를 찾는 소비자가 가장 알고 싶은 정보는 뭘까? 바로 이 변호사가 어느 정도의 승소율을 기록하고 있을까 하는 것이 아닐까?
일반적인 상품들은 모두 품질에 관한 정보 위주로 광고가 제작된다. 특히 관여도(involvement)가 높은 제품일수록 품질 정보는 상세히 제공되고, 소비자는 제품의 본질과 관련된 정보 위주로 광고를 소비한다. 가령 자동차와 같은 관여도가 높은 제품의 광고는 자동차 본질과 관련된 정보 위주로 제작된다. 연비, 안전성, 파워 트레인과 같은 중요한 정보 위주로 제작된다.
반면 소비자의 관여도가 낮은 치킨, 맥주와 같은 광고는 모델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제품 본질보다는 주변부에 관한 정보 위주로 소비자가 광고를 소비하기 때문이다.
법률 서비스는 관여도의 관점에서 본다면 엄청난 고관여 서비스이다. 물론 법률 서비스를 일반적인 상품과 견줄 수 없고, 법률 서비스 광고 역시 일반 제품 광고와 비교할 수 없다.
의료 서비스 광고 역시 법률 서비스 광고 못지않게 규제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의료 서비스는 법률 서비스보다는 덜 엄격한 규제를 적용받고 있다. 병원의 보유 장비와 성형 수술 전과 후에 관한 비교 사진 등을 담은 의료 서비스 광고가 그 사실을 입증해준다.
이처럼 법률 서비스는 정보의 전파 측면에서 많은 제한점을 두고 있다. 소비자들은 갑갑할 수밖에 없다. 장님 코끼리 더듬기 식으로 변호사를 선택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법률신문이 발간한 ‘로펌 컨수머 리포트’는 법률 서비스 시장의 정보 비대칭 상황을 타개하는데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근거는 다음과 같다. 첫째, 588명이라는 설문 표본의 숫자가 갖는 통계학적인 측면의 가치가 높다는 것이다. 학술 통계 서적에서는 일반인 대상의 설문 조사는 200명 이상을 확보해야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를 내놓을 수 있다고 권고한다. 법률신문이 확보한 설문 대상자는 모두 전문가이며, 그것도 588명이나 된다. 이 표본의 숫자가 갖는 의미는 다른 언론의 전문가 대상 설문 조사와 비교하면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모 유력 일간지가 의사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을 통해서 분야별 명의를 선발할 때 확보한 표본의 숫자는 50명 안팎에 불과했다. 그만큼 전문가 표본이 제공하는 신뢰성이 일반인 표본과는 차원이 다르기에 해당 일간지는 자신 있게 설문 결과에 근거해서 명의를 선발할 수 있었다.
둘째는 법률 서비스의 품질 향상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점이다. 미국의 컨수머 리포트(CR)가 자동차, 가전, 휴대폰 등의 품질 향상에 끼치는 영향은 막강하다. CR과 같은 객관적인 기관의 평가는 소비자의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치고, 이는 생산업체의 성과로 직결된다. 따라서 업체들로 하여금 사활을 걸고 제품 생산과 연구 개발에 매진하게 만든다. 법률신문의 ‘로펌 컨수머 리포트’도 역시 그런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한마디로 말해 계급장 떼고 진검 승부를 펼칠 장을 마련한 것이다.
셋째는 경쟁 촉진을 통한 시장의 확대 가능성을 제공한 점이다. 맨큐의 경제학 원론에는 정보의 유통에 따른 시장 가격의 차이에 관한 사례가 소개돼 있다. 1960년대 미국의 일부 주(州)는 안경 광고를 원천적으로 금지했다(안경을 일종의 전문 의약품과 같은 존재로 인식한 데 따른 결과로 보인다). 플로리다와 같은 안경 광고를 불법으로 규제한 주와 그렇지 않은 주의 안경 가격 조사 결과는 놀라운 사실을 드러냈다. 안경 광고를 금지한 주들의 평균 가격이 33달러인데 비해 안경 광고가 허용된 주의 가격은 평균 26달러로 21%(7달러)의 가격 차이가 존재하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정보의 비대칭성이 유발한 폐해를 안경 광고 사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번에 발간된 법률신문의 ‘로펌 컨수머 리포트’가 법률 시장의 정보의 비대칭성을 혁파하고 전체 시장의 성장으로 연결되기를 기대한다.
마지막으로 이번 리포트를 보면서 느낀 소회는 다음과 같다. 한국 언론이 전반적으로 어렵고 수준 저하가 심각한 지경에 처했다는 아우성이 터져 나오는 상황에서도 법률신문처럼 묵묵히 정도를 걷고 있는 언론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던 점에서 전직 언론인의 한 사람으로서 위로받을 수 있었다.
이희성 교수(가천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