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가장 불만족한 서비스는 ‘IT·TMT’ 분야

국내 주요 기업 법무담당자들은 로펌들의 ‘정보기술 및 방송·정보통신(IT·TMT)’ 업무 수행능력에 대해 가장 불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률신문이 ‘2024 로펌 컨수머 리포트’에서 분야별로 설문한 총 11개 업무 평가 가운데 IT·TMT 부문만 유일하게 3점(보통

국내 주요 기업 법무담당자들은 로펌들의 ‘정보기술 및 방송·정보통신(IT·TMT)’ 업무 수행능력에 대해 가장 불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률신문이 ‘2024 로펌 컨수머 리포트’에서 분야별로 설문한 총 11개 업무 평가 가운데 IT·TMT 부문만 유일하게 3점(보통)대를 기록했다. 나머지 10개 분야가 모두 4점 이상을 받은 것과 대비된다. 이중 ‘인수합병(M&A)’ ‘중대재해’ ‘인사노무’ 분야 순으로 점수가 높았다.


법률가 중심의 로펌 특성상 첨단 기술에 대한 정보와 이해도는 낮은 반면, 다양한 경험과 네트워크를 통해 단일 기업보다 협상 및 리스크 관리에서 경쟁력이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IT 등 기술 관련 만족도 낮아

법률신문은 ‘2024 로펌 컨수머 리포트’에서 로펌들의 업무 분야를 11개로 나눠 조사했다.(표 참조)


평가 설문에는 30대 그룹과 5대 금융지주 계열 117개 기업의 법무담당자 588명이 참여했다.


11개 업무 분야 중 법무담당자들의 평가 평균 점수가 가장 낮은 분야는 IT·TMT 분야로, 3.87점이었다. 나머지 10개 업무 분야의 평가 평균 점수는 4점대였다. 개인정보보호 분야의 평균 점수는 4.15점으로, IT·TMT 다음으로 낮은 평균 점수를 기록했다.


IT·TMT와 개인정보 분야는 로펌 변호사들이 대거 투입되는 거액의 과징금 처분 사건이나 실사가 필요한 일이 자주 발생하지 않는 분야여서 로펌에 대한 기업 법무실의 의존도가 다른 분야에 비해 비교적 높지 않다는 게 기업 변호사들의 전언이다.


국내 주요 유니콘기업 법무팀에서 일했던 한 변호사는 “IT·TMT와 개인정보 분야에서 기업들이 로펌에 요청하는 업무는 규제 이슈 등에 대한 일상적인 자문인 경우가 많은데 주요 로펌들에는 해당 업무만을 전담해 숙련도가 높은 변호사가 많지 않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인하우스(기업 안)에서는 사내 IT보안팀 또는 개인정보팀과 협업을 통해 이슈 대부분을 회사 안에서 해결하는 편이고 법적으로 애매하거나 해결이 어려운 부분이 생겼을 때에서야 로펌을 찾는다는 것이다.


기업들이 마주하는 IT·TMT, 개인정보 관련 법률 이슈 대부분이 인공지능(AI) 등 최신 기술과 밀접히 연관된 것도 낮은 점수의 원인으로 꼽힌다.


구태언(55·사법연수원 24기) 법무법인 린 변호사는 “변호사들의 업무 대부분이 고객을 만나 상담하고 서면을 쓰는 업무인지라 발달한 기술을 신속하게 받아들일 기회가 적다”며 “반면 기업 고객들은 현업에서 서비스와 제품을 만드는 곳들이다보니 변호사들에게 법률 문제를 맡기며 첨단기술 관련 문제를 설명해도 변호사들이 빠르게 이해를 못 한다고 느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술의 발전 속도는 점점 빨라지는데 법조계가 신속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짚었다.



M&A-중대재해 등 자문은 호평

분야별 최고점은 평균 4.43점을 기록한 M&A 분야였다. IT·TMT, 개인정보보호 분야와 정반대로 업무 주도권이 상대적으로 로펌 전문 변호사에게 쏠려있는 분야다. M&A 실사 등을 위해 상당 수의 변호사 인력 투입이 필요한데 로펌들의 전통적인 주요 업무 분야인 만큼 전문 변호사 ‘풀(pool·이용 가능 인력)’이 풍부하다. 기업 변호사들이 직접 수행하기 쉽지 않은 업무일 뿐더러 로펌에 맡기는 게 더 효율적인 분야라는 인식이 많다.


M&A 다음으로 좋은 평가를 받은 분야는 4.37점을 받은 ‘중대재해’ 업무였다. 중대재해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2022년 1월을 전후로 본격적으로 로펌의 주요 업무 분야로 자리 잡았다. 경영책임자의 처벌 조항을 담고 있는 중대재해처벌법은 기업들에게 ‘고(高) 리스크’ 법률로 여겨지만 기업 법무 담당자들의 이해와 경험이 부족해 외부 전문가의 도움을 많이 구하는 분야이기도 하다.


로펌들의 인사·노무 업무에 대한 기업들의 평균 점수는 4.34점으로 11개 분야 중 세 번째로 높았다. 이번 평가의 ‘최고의 변호사’ 부문에서 가장 많은 표(10표)를 받은 김상민(45·사법연수원 37기) 태평양 변호사와 두 번째로 많은 표(6표)를 받은 오태환(58·28기) 화우 변호사도 인사·노무 전문가다. 인사·노무 분야는 ‘기업의 가장 내밀하고도 괴로운 이슈’인 경우가 많다. 플랫폼 기업 법무팀 출신의 한 변호사는 “로펌에서 인사·노무 문제를 깔끔히 해결해줬다면 기업 입장에선 당연히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을 것”이라고 귀띔했다.